WORK FROM HOME: 코로나19로 경험한 리모트 근무
집에서 일한다는 것
코로나19 확진자가 점점 늘어가면서, 내가 다니는 회사도 주 1회 재택근무에서 매일 재택근무로 방침을 바꿨다.
원래부터 일주일에 한번 목요일마다 리모트 근무를 실시하고 있었기에 크게 준비해야 할 것은 없었다. 주기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집을 최대한 사무실처럼, 혹은 사무실보다 더 좋은 업무 공간으로 꾸며 놓기 위해서 노력했다.
먼저, 우리집에서 가장 넓고 쾌적한 공간인 거실에 책상을 두었다. 원래는 작은방을 업무공간으로 사용하다가, 좀 더 쾌적하게 일하고 싶어서 모니터와 책상을 거실로 뺐다.
그리고 의자, 책상, 모니터, 키보드 등 업무에 필요한 세팅을 최대한 내게 맞는 상태로 바꿔두었다. 몸에 잘 맞는 의자를 쓰고 싶어서 꽤 큰 돈을 쓰기도 했다.
집에서 '내내' 일한다는 것
그럼에도 주 1회만 재택근무를 했기 때문에 풀 리모트 근무를 하는 것과는 꽤 차이가 있었다.
원격근무와 커뮤니케이션
가장 큰 부분은 커뮤니케이션과 관련이 있다. 재택근무를 하는 날에는 화상미팅이나 슬랙콜 등을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다. 목요일이면 슬랙 사용량이 줄어든다는 사내 통계도 있었다. 팀에 재택근무를 따로 신청한 사람이 있을 경우에 사무실에 출근한 사람들이 따로 화상미팅을 진행하지는 않았다.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일은 재택근무를 마치고 출근해서 얼굴을 보며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 모르는 것이 있어도 딱히 슬랙에서 적극적으로 물어보기 보다는 다음 날에 출근해서 이야기를 나눠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Full WFH은 아래와 같이 온라인에서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 하루 1회 팀원들과 스크럼 미팅을 스크린으로 진행한다. 출근한 직원들은 사무실에 모여서 콜에 참여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각자 집에서 참석한다.
- 모르는 내용이 있을 때, 슬랙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질문을 한다.
- 메신저를 통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다 보면 동시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면 라운지에서 잠시 만나 퀵미팅을 하는 것처럼, 슬랙콜을 통해서 업무 이야기를 나눈다.
- 잡담도 업무의 연장선이다. 활발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팀이 업무 생산성도 높았다. 일부러 '잡담'이라는 말머리를 달고 괜히 이런저런 잡담을 팀원들과 나누었다.
원격근무와 work-life balance
다음으로는 업무 효율과 일-생활 균형이다.
집에서 일을 하다 보면 오히려 더 오랜 시간을 일하게 된다는 것을 느꼈다. 일터에서 떨어져 있다는 생각 때문에 일로서 자기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을 크게 느꼈다.
'빨리 끝내고 집에 가야한다'는 생각이 없어지다보니 집중력이 떨어질 때가 있었는데, 그때 내게 들었던 감정은 조급함과 죄책감이었다.
헌데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회사라고 집중력이 완벽히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100%의 업무 효율을 발휘할 수는 없다. 회사에서도 누군가가 말을 걸어서, 혹은 사무실이 너무 덥거나 추워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냥 그런 날이 있어서 등의 이유로 일을 좀 덜하게 되는 날이 있다.
그럼에도 아무래도 부정적인 감정이 들었던 원인은 이거였던 것 같다. 매니저 혹은 회사 경영진 입장에서, 직원이 재택하며 집중력이 떨어진 것을 '업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일까봐 걱정되는 마음이었다. 사무실에서는 어쨌든 근무시간으로 본인을 증명하지만, 재택근무 때는 자기의 일로만 본인을 증명할 수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 집에서 일을 붙잡고 있다 보면 퇴근해야 한다는 마음이 잘 안드는 경우도 많았다. 조금만 더 하면 끝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보다보면 10시에 가까운 시간이 되기도 했다.
회사의 CTO님이 업무량을 대략적으로 PR의 수, 코드의 양으로 측정을 해봤을 때, 풀 재택을 시행한 주차의 결과가 그렇지 않은 주차보다 훨씬 더 많았다고 말씀하셨다.
오히려 재택을 하면서 오버워크를 할 확률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풀 재택근무를 하며 느꼈다.
- 일-삶 균형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좋다. 9시 전까지는 컴퓨터를 켜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보내다가, 6시에는 무조건 컴퓨터를 끄는 식이다.
- 정말 집중이 안될 것 같다면 과감하게 휴가를 내고 쉰다. 그 쪽이 더 죄책감을 덜고, 나 개인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다.
원격근무와 근무 환경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집을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조금 더 부지런하게 애를 썼다. 출퇴근하는 시간 대신 집안일 하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생각한다. 정리를 좀 더 깔끔하게 하고, 청소기도 조금 더 자주 돌렸다.
또, 잠옷을 입고 그대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복으로 환복한 후 출근하는 것처럼 씻고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 기분을 환기시키기 위해 평소에는 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번에는 일주일마다 꽃을 사서 거실에 꽂아두었다. 일종의 의식 같은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또, 집중력이 떨어지면 링피트를 15분 했다.
집에서 거의 3주간 일하면서도 딱히 답답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원격근무와 동료
내게는 사실 아주 거대한 치트키가 있는데, 바로 재택을 하면서도 함께 일하는 동료인 남편이 있다는 것이다. 남편은 풀 리모트가 가능한 회사를 다니고 있어서, 같이 규칙적으로 업무를 하고, 식사를 한 뒤 산책을 하고, 외로운 기분이 들 틈 없이 종종 잡담을 나누었다.
회사에서도 가까운 곳에 사는 동료분들끼리 작게 모여 같이 근무하는 경우도 있었다.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어느 정도 실천하면서도, 외로움이나 오버워크 등 부정적인 결과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결론
3주간 풀 리모트 근무를 하면서, 앞으로 완전히 재택근무만을 하는 회사를 다니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 면에서는 오히려 더 좋아졌다. 회사에 널려있던 간식을 먹지 않아서 살이 조금 빠졌고, 출퇴근 하는 데에 체력을 쓰지 않아서 지치지 않았기 때문에 꾸준히 운동을 할 수도 있었다.
앞으로 코로나는 잠잠해지기를 간절히 기원하지만, 회사에서는 재택근무를 조금 더 자주 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