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ffin's DevLog

구직: 신입 개발자 되기

구직을 마쳤다. 서른하나. 개발자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퇴사를 하고 본격적으로 개발을 공부한 건 지난 10개월 남짓이지만, 개발을 처음 접하고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의 시간을 되짚어 본다.

패스트캠퍼스 프로그래밍팀 코스 매니저 (2016. 11 ~ 2018. 08)

대학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후, 다큐 PD가 되고 싶어 4년 동안 언론사를 준비했다. 그러면서 방송국에 다녔고, 로펌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기도 했다. 언론사를 더 이상 준비하지 않기로 결심하면서, 뭔가 좀 더 즐겁고 활기찬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패스트캠퍼스의 코스매니저 채용공고를 보게 되었다. 프로그래밍은 전혀 할 줄 몰랐는데, 강의를 기획하는 일이 방송을 기획해서 만드는 일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패스트캠퍼스에서 맡은 첫 업무는 개발자로 커리어를 전환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풀타임 과정의 담당 매니저였다. 짧은 시간 안에 개발업계와 프로그래밍 교육, 개발자의 커리어 등을 파악해서 수강생들이 원하는 커리어를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었다. 많은 개발자를 만나 조언을 구했고, 개발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했으며,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교육 과정과 커리어 연계 이벤트를 고민했다. 그리고 프로그래밍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패스트캠퍼스의 교육과정을 수강하면서 프로그래밍 공부도 조금씩 해나갔다.

매니저로 일하면서 수료한 사람들이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바꿔나가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함을 느꼈다. 한편으로는 나도 개발을 업으로 삼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 갔다. 개발자라는 직업과 그들의 문화에 크게 흥미를 느끼면서부터였다. 프로그래밍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순수한 기쁨을 느낀 것도 큰 이유였다. 회사 일과 공부를 병행할 수 없어 퇴사를 하고 싶다고 회사에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었다. 회사에서는 업무를 줄이고 수업을 수강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두 달 정도 풀타임으로 프론트엔드 개발 과정을 수강할 수 있었다. 이때 HTML, CSS와 JavaScript를 꽤 열심히 학습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 기회를 준 만큼 이후에는 업무에 복귀해서 정말 열정적으로 여러 수업을 만들어 냈던 것 같다. 블록체인 같은 새로운 주제부터, 여러 포맷의 강의까지 열 개가 넘는 새로운 기획을 했다. 이 정도 열심히 했으면 회사에 마음의 빚은 많이 갚았다고 생각할 즈음, 퇴사를 했다.

퇴사 (2018. 08)

퇴사를 하고 한 달 정도 JavaScript와 React를 공부했다.

프론트엔드 개발 스쿨 조교 (2018. 09 ~ 12)

패스트캠퍼스에서 내가 기획하고 담당하던 수업에서 파트타임으로 조교이자 클래스 매니저로 일을 했다. 수업 시간에 실습을 돕는다거나, 과제/퀴즈를 낸다거나, 같이 예제를 만들어본다거나 하는 일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수업을 한번 더 들으면서 모르는 부분을 보충해나갈 수 있었다. 실무와 관련이 깊고, 또 기본이 되는 공부를 많이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React는 혼자서 공부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내용을 배울 수 있었는데, 수업의 커리큘럼이 React를 잘 이해하기 위한 방향으로 구성되어 있었던 덕분인 것 같다. 또, 게임, To do 앱, 게시판, 쇼핑몰 등 여러 실습을 하면서 크게 도움을 받았다.

조교로서는 수강생이 하는 질문을 대답해주기 위해서 더 열심히 공부했고, 알려주기 위해서 잘 설명해보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아는 것을 잘 설명해주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였다. 사실,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잘 알지 못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그날 배운 내용 중에 중요한 내용만을 따로 골라 퀴즈를 출제하는 것도 공부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

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마음을 먹은 사람에게, 독학해보라는 조언을 많이들 한다. 하지만 혼자서 학습을 기획하고 실행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실패하기 좋은 길이라 생각한다. 나는 좋은 동료와 의지를 서로 북돋우면서, 잘 닦인 커리큘럼을 밟아 나갈 수 있어 큰 도움을 받았다. 특히 초기에 개발을 공부할 때는 빨리 피드백을 받아서 삽질하는 시간을 줄일수록 효율적으로 공부를 해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쓸모 없는 데에 시간을 쏟느라 정작 중요한 것은 익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 가야할 길을 제대로 아는 상황에서는 혼자서 깊게 파보고 실수하는 것은 모두 자산이 된다.

구직 시작 (2019. 01) & 파이썬 웹 온라인 강의 웹 기초&프론트엔드 파트 강의 제작 (2019. 02 ~ 04)

조교를 마치고 나서 즐거운 백수 신혼 생활을 했다. 이만큼이면 충분히 놀았다 하는 시점이 되었을 때, 내 스스로를 테스트해보고 싶다는 들어 원티드를 통해 다섯 개 회사에 지원서를 냈다. 원티드 기본 양식만을 채워서 이력서를 제출한 탓인지, 한 개 회사에서 서류를 통과했다. 1차 기술면접은 무난히 본 것 같은데, 경영진과의 최종면접에서 떨어졌다. 나를 시험해보고 싶다는 의미여서 크게 마음 상하지는 않았다. 기술면접은 그래도 잘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잘못) 생겨났다.

일단 공부를 좀 더 하고 싶었다. 조교를 할 때 인연을 맺은 수료생들과 Redux 스터디를 한 달 반 정도 진행했다. Egghead에서 온라인 강의를 보면서 내용을 파악했고, 각자 원하는 예제를 만들면서 기술을 익혀 나갔다. 그러면서 면접을 대비하기 위해 컴퓨터공학 기초를 다루는 책을 몇 권 사서 읽어 내려갔다. 컴퓨터 사이언스 부트캠프 with 파이썬, 한 권으로 그리는 컴퓨터과학 로드맵, 파이썬으로 시작하는 컴퓨터 과학 입문, 컴퓨터과학이 여는 세계, 모두의 알고리즘 with 파이썬, 객체지향의 사실과 오해 등을 읽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공부한 내용을 잘 갈무리 했어야 하는데 펼쳐놓고 만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알고리즘 문제는 Exercism 사이트에서 JavaScript를 골라 꾸준하게 풀었다.

좋은 기회로 온라인 강의도 촬영하게 되었다. 웹의 기초적인 내용과 HTML/CSS, git을 다루는 4시간짜리 강의였다. 생각보다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이 오래 걸렸는데, 조교를 하면서 느꼈던 것처럼 '내가 설명할 수 없으면 사실 잘 모르는 상황'이었다. HTML, CSS도 책과 MDN 사이트, 인터넷 강의를 보면서 어떤 커리큘럼으로 짜면 좋을지를 계속 고민했다. 스트레스가 정말 컸던 일이었지만 최선을 다해서 마무리를 했다.

구직 (본격) 재시도 (2019. 04)

강의를 촬영하면서 구직을 다시 시작했다. 취업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30개가 넘는 회사에 지원을 했다. 직접 회사에 제출한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원티드를 통하여 지원했다. 신입 채용 외에, 2~3년차 경력직을 모집하는 공고에도 서류를 냈다. 2년차 이상을 자격요건으로 쓴 곳에서도 서류를 통과한 것으로 보아, 최대한 열심히 지원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이력서만 덜렁 내다가, 뒤로 갈수록 한 장짜리 자기소개&커버레터도 함께 첨부했다. 서류 통과율이 높아졌다.

서류를 통과해서 면접을 본 회사는 약 1/3 정도였다. hackerrank에서 알고리즘 문제를 낸 곳이 있었고, 전화로 30분 정도 기술에 대해 질문을 한 곳이 있었다. 메일로 코딩과제를 보내준 곳은 꽤 여러 곳이었다. 알고리즘을 포함한 코딩과제를 제출해야 하는 곳도 있었고, 제시한 예제를 그대로 만드는 과제도 있었다. 대부분 난이도가 아주 어렵지는 않은 정도라서, 아무래도 스크리닝 목적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어떤 회사에서는 컬처 핏을 중요하게 보는 관계로, 대기업으로 치면 인적성 검사 + 자기소개서를 제출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치룬 코딩테스트나 1차면접에서는 거의 떨어진 곳 없이 붙었다.

다음으로는 대면 면접이었다. 온라인 코딩 테스트 이후에 다시 화상면접을 진행한 곳이 있었고, 회사를 방문해서 실무자부터 경영진까지 한번에 면접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면접은 정말 긴장의 연속이었다. 운도 꽤 많이 작용한다는 것을 느꼈다. 가장 처음 봤던 기술면접에서 어려움이 없었던지라 약간은 자신감이 있었는데, 회사마다 물어보는 내용이 천차만별이고,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달라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면접을 볼수록 요령이 붙어서 조금 더 수월하게 대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대부분 실무/기술 면접에서는 최대한 내가 공부해보고, 알 만한 것 위주로 물어보았다. 잘 모를 만한 것을 물어볼 때에는 진짜 아는지보다 추론하고 생각하는 과정을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도 잘 모르겠거나 뭔가 해결이 안되면 크게 긴장을 했던 것 같다. 솔직히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떤 면접은 굉장히 잘 봤다고 생각했는데 탈락 통보를 받기도 했고, 어떤 면접은 현장에서 제시한 코딩문제를 하나도 풀지 못했는데 합격하기도 했다.

최종 합격

최종적으로는 세 개의 회사에 합격했고 여러 처우와 조건을 고민한 끝에 데이블에서 웹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코스매니저를 할 때부터 좋은 회사라고 생각했던 곳을 가게 되어 기뻤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 멀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자 열심히 노력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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